The Doomsday Scenario추억 속의 화려한 역전2009. 10. 1. 14:38
총성은 죽음처럼 길었다.
마요이가 남자를 향해 뛰쳐나간 것은 분명히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걸음 만에 마요이는 마요이가 아니게 되었지만, 남자는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지도 못한 채 총성의 반대쪽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신발이 벗겨지는 것도 모르고 맨발로 남자 앞에 무너졌다. 얇은 수행복 너머로 콘크리트 바닥에 무릎이 쓸렸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다.
선배,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고, 그녀는 가빠진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것이 아닌 숨이었다.
……선배.
차갑게 식은 바이저 너머로, 남자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이미 쇠약해질만큼 쇠약해진 시력은 거의 장님에 가까웠지만, 일생동안 사랑한 여자의 기척을 눈치챌 만큼의 감각은 아직 남아있었다. 마중이라도 나온 건가, 새끼 고양이.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꼭 그녀가 살아있던 먼 옛날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이미 죽은 그녀에게마저, 이 남자의 죽음은 여전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슴의 총상에서, 그의 세계에 없는 색의 죽음이 심박에 맞춰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었다. 무뎌져있던 생의 감각이 손 안에 가득 들어찼다.
……응, 그래요.
그녀는 작게 속삭였다. 사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였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사실 언제나 만지고 싶었던 얼굴이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사실, 언젠가, 이런 날이 찾아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는 것도 말하지 않는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를 다정하게 끌어안는다. 그녀가 알고 있던 남자는 그녀가 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선배…….
……이제, 됐어요.
남자는 아직 뜨거웠다. 하지만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품 안에서 그가 미소짓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 감각이 아프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그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뺨 위로도 눈물이 흘렀다. 낯설고 뜨거운 눈물이었다. 심지어 그 눈물마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아…….
거짓말처럼, 설움이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그제서야, 죽고서도 여지껏 죽음을 슬퍼해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대신 그것에 분노하느라 그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차마 아직 때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차마 사과를 할 수도 없었다. 차마, 사랑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것이 아닌 입꼬리가 제멋대로 떨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목소리로, 그녀는 마중인사를 했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했어요, 선배…….
살면서는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던 남자가 그녀의 품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피에 젖은 손으로 그의 손을 감싸쥐자, 그가 입술을 열었다. 치히로, 그것과 비슷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치히로는 주검이 된 연인을 보듬은 채 울었다. 자신의 죽음이 서러워서 울었다.
Jewel의 Hands를 들으면서 썼던 글입니다.
희망에 가득 찬 노래건만 왜 그걸 들으면서 이런 글이 나왔는지는 모르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