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며 허공을 더듬다가, 간신히 나루호도의 옷깃을 잡았다. 어렵고 긴 망설임 끝에 뻗은 손이란 걸 알았기에, 나루호도는 차마 그녀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렸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대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나는, 류우……. 나는, 요…….
그녀의 눈물이 긴 속눈썹을 흠뻑 적셨다가, 나루호도의 낡은 슬리퍼 위에 후두둑 떨어졌다. 뚝, 뚝, 뚝, 그리고 곧 비가 되었다. 꼭 감기에 걸려있던 어느 봄날의 비를 떠올리게 했다. 그 날은 분명 봄이었지만, 이상할만치 손이 시렸었다…….
나루호도의 조금 느려지고 조금 미지근해진 가슴에도, 그 비가 스며들었다.
……나는,
아야메.
그 사이 낯설어진 이름이 입 안에 까끌하게 굴렀다. 하지만 혀끝이 말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나루호도는 목소리를 가다듬지도 못한 채 마른 침을 삼켰다. 아야메는 열성적으로 말했다. 류우가 기억하던 치-쨩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나가지 못한 날이 어쩌고, 비가 내렸다는 둥, 류우, 감기, 스웨터, 편지……. 그런 지금의 나루호도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단어들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더듬더듬 새어나왔다. 그 조각조각난 단어들은, 가엾게도 문장이 되지 못했다.
말하고 싶었어요, 류우, 오랫동안……당신에게, 나는…….
무슨 말이 하고 싶다는 거야? 사실 그녀는 너무 달떠있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건지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나루호도는 아야메의 손을 감싸쥐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이 멈칫거렸다. 마치 그 날처럼 손가락이 차갑게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다시 마른 침을 삼켰다. 아야메가 울고 있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아야메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심지어 이 비를 맞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류우……,
그녀가 애걸하듯이 속삭였다. 울지 말아요. 나루호도는 그제야 눈가가 축축해져 있던 것을 깨달았다. 뺨이 뜨거워지고 다시 눈 앞이 맑아지자, 아야메의 얼굴이 분명히 보였다. 그녀는 울고 있지도 웃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류우, 미안해요……. 더듬거리며 아야메는 말을 이었다. 미안……미안해요, 류우…….
어렵사리 아야메의 어깨에 손을 뻗는다. 정작 손이 닿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아야메는 더 이상 흐느끼지 않았지만, 계속 헐떡거리고 있었다. 숨쉬는 것조차도 버거워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 혼자 이렇게 뜨거울 리가 없지 않나 생각했다. 한 순간 나루호도는 그녀의 몸 속에 언 손을 녹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렇게 하면, 그를 감성적으로 만드는 봄비도, 그 봄날을 떠올리게 하는 손끝의 한기도, 이 허무한 기분도 모두 가실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너무 유치하고 메스꺼워서 놀라려던 찰나,
…….
아야메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약빛의 입술이 열기에 파들거리고 있었다.
음?
아직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아야메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루호도는 저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로 손을 뻗었다. 핏물이 배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붉은 입술이었다. 손끝에 닿는 입김은 데일 것처럼 뜨거웠고, 그래서 나루호도는 손톱 밑이 조금 근지러워졌다. 어느 때엔가에는 떠올릴 때마다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어야했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긍정받고 있었다……나루호도는 짧게 추위를 느꼈다. 분명히 비를 맞고 있었던 것 같은데, 창 밖의 하늘은 기가 막히게 청명했다.
……그래, 아야메.
배신당한 사랑의 이름을 부른다.
너무 오래 전의 사랑이라, 나루호도는 그녀가 슬프지 않았다.
우...우와ㅋ.......ㅋ.... 원래 이런 걸 쓰려고 한 게 아닌데ㅋ.......ㅋ!
제목은 아야메→나루호도의 톤으로 읽어주세요^.^